최순실(61·구속기소)씨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으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 수사는 같은해 9월 29일 제1기 특수본이 수사에 착수한 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거쳐 201일만에 끝이 났다.
특수본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미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제3자뇌물수수·제3자뇌물요구,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재판에 넘겨지는 세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수본은 이와 함께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 강요, 특별감찰관법위반, 직무유기, 국회증언감정법위반 등 혐의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18가지의 혐의를 적용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는 기업의 돈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또는 제3자가 받은 혐의로 총 592억원의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과 롯데로부터 각각 298억원과 70억원 등 모두 368억원의 뇌물을 받고, 이와 별개로 SK그룹에 89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삼성에서 받기로 약속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뇌물 혐의액은 총 592억원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게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삼성에서 총 298억2535만원(약속 후 미지급금 포함시 433억원)을 최씨의 독일 회사 비덱에(약속 213억원, 실제 수수 77억9천735만원)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는 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는 16억2800만원을 각각 주게 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검찰과 특검이 각각 직권남용·강요와 뇌물죄를 적용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기부금 16억2800만원은 법률상 별개의 행위인 '실체적 경합'으로 판단, 박 전 대통령의 각각의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강요와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모두 적용해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면세점 운영 등 현안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하남 체육시설 건립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공여하도록 했는데, 이와 관련해 신 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최태원 SK그룹회장에게는 면세점, 케이블 업체 인수 등 현안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K스포츠재단에 '가이드러너 지원사업', '해외전지훈련사업' 등 명목으로 89억원을 공여하도록 요구한 혐의다. 하지만 SK그룹이 실제로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롯데 신 회장과는 달리 최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앞서 특수본 1기와 특검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최씨 등과 공모관계에 있다고 밝힌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등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 요구 △KEB하나은행 인사 청탁 개입 △문회예술계 지원 배제명단 운영 지시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문서 47건 제공 등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8가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가을부터 최씨의 존재가 알려지고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각종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관련자인 안 전 수석에게 법률조언을 하는 등 사안을 축소·은폐하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검사 31명 등 15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재구성해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며 "앞으로도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