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일명 '강남역 살인 사건'의 범인에게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3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35)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및 20년간의 위치추척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2017도121).
이 사건은 범행 당시 김씨가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는데 대법원도 심신미약만 인정했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범인이 범행 당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면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에 이르지는 않고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때에는 형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수법, 범행을 전후한 행동,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춰볼 때 김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을 뿐 이를 넘어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오전 1시7분께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A(23·여)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당시 해당 장소에서 약 30분 동안 혼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1999년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신적 불안증세를 보여 강박장애 진단을 받고 병원진료도 받았다.
2009년에는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수차례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망상적 사고와 공상 등의 증상이 계속됐다. 김씨는 지난해 1월 퇴원 이후에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
1심은 "대표 번화가인 강남 한가운데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으로 이는 사회 공동체 전체에 대한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다만 범행 당시 김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된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도 "김씨가 범행 당시 피해망상 등 정신질환으로 심신미약 상태인 것은 인정되지만, 법정 진술 태도와 정신감정 결과를 모두 종합해보면 당시 정신질환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의 상실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의 중대성이나 범행대상의 불특정성, 그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불안감의 정도, 범행의 계획성,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1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