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의사 기소 따라 요양급여 환수 때에도
"사전통지·의견제출 기회는 줘야"
행정법원 "검찰 기소만으로 객관적 증명 아냐"
의사가 사무장 병원에 명의를 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진료를 근거로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를 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주는 등 적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의사 최모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 취소소송(2016구합51924)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수처분은 보험급여비용을 부당하게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지 않았다는 등의 점에 대해 행정청에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는 해당 병원이 사무장 병원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 다투고 있다"며 "최씨가 환수처분 전에 수사기관의 수사과정을 통해 환수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환수처분이 행정절차법 제21조 4항 3호의 '처분의 성질상 의견청취가 명백히 불필요하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 2호도 법원의 재판 또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 등에 따라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 처분에 따른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전통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는 있지만, 환수처분의 기초가 된 것으로 보이는 검사의 수사나 공소제기는 준사법적 절차를 거치는 행정기관의 결정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소제기만으로 처분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됐다거나 의견청취가 불필요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15년 3월 최씨가 원장으로 있는 모 요양병원이 사실은 의사 자격이 없는 김모씨 등이 설립해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라며 이들에게 명의를 대여한 최씨 등을 입건하고 이 사실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했다. 검찰은 최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최씨는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공단은 이 요양병원이 설립된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지급한 요양급여 62억원에 대한 환수처분을 내렸다. 이에 최씨는 "공단이 환수처분을 하면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한 처분"이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