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법원장 이경춘)이 2일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1998년 3월 특허법원과 서울행정법원이 문을 연 이후 새로운 전문법원이 개원한 것은 19년만이다. 회생법원 개원에 따라 법원조직법상 법원의 종류도 대법원과 고등법원, 특허법원, 지방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 등 6개에서 7개로 늘었다.
회생·파산 사건은 그동안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등 전담재판부에서 맡아왔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회생·파산사건이 급증하고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사건 처리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별도의 전문법원을 만들게 됐다. 회생법원은 기업이나 개인 회생·파산 사건은 물론 외국도산절차의 승인·지원 등 국제도산사건도 관할하게 된다.
회생법원은 회생·파산 합의부 10개, 조사확정합의부 4개, 민사합의·민사항소·항고부 2개, 개인회생단독 37개 재판부 등으로 구성됐다. 이 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34명의 판사가 배치됐다.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제3별관과 제4별관을 사용한다.
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1999년 3월 서울지방법원에 6명의 법관으로 구성된 '파산부'가 오늘 서울회생법원의 모태가 됐다"며 "당시 파산부 소속 법관으로 일했던 저는 동료 법관들과 함께 밤늦은 시간까지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규모의 기업 회생 및 파산사건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고용 없는 성장을 비롯한 저성장 기조와 경제 불황까지 겹치고 있"면서 "회생법원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전문성을 갖춘 신속하고도 적정한 법적 판단을 제공하고 국민경제의 구성원으로서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후견적·치유적 사법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경춘(56·16기) 초대 회생법원장은 "우리 사회가 회생·파산 전문법원을 새로 설치하는 것을 허락하면서 요구한 바는 변화된 경제 여건과 상황에 맞는 회생·파산 업무의 수행"이라며 "종래 파산부의 업무성과를 기반으로 한 차원 더 높은 기업회생절차와 파산절차를 강구하고 과도한 가계부채를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원식에는 양 대법원장을 비롯해 권성동(57·17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우윤근(60·22기) 국회사무처 사무총장, 이창재(52·19기)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박성재(54·17기) 서울고검장, 임종룡(58) 금융위원회 위원장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회생법원은 앞으로 채무자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업무 추진에 나선다. 우선 한진해운처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기업의 회생 절차를 다루기 위해 채무자도 회생 계획안을 사전에 제출할 수 있게 한 '한국형 프리패키지(Pre-Package)'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프리패키지 제도는 부채의 절반 이상 채권을 가진 채권자나 이런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 전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는 제도다.
또 회생 과정에 도산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로 하는 한편 기업이 신규 자금을 원활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활로 모색에도 나선다. 중소기업의 회생을 위해 대표자 개인의 회생 사건을 기업회생 사건과 동시에 진행해 경영자의 실질적인 재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속하고 저렴한 간이회생 절차를 일반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도 개선한다. 개인 회생·파산 절차에서는 채무자가 쉽게 법원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업무협약 기관과의 연계시스템을 확대한다. 개인회생·파산절차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통합연구반도 구성키로 했다.
회생법원은 또 개원에 맞춰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제3별관 종합민원실에 '뉴 스타트(New Start) 상담센터'도 개설했다. 평일 오전 10시~12시는 파산관재인(변호사)이, 오후 2시~4시는 신용회복위원회 직원이, 오후 4시~6시는 회생위원이 각각 무료상담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