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대법원, 성폭력 사건 '유죄 판결 법원' 됐다"
장창국 부장판사, 내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
"사실인정 문제 경험칙 이유로 건들면 1,2심 무의미"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성폭력 사건 판결 경향에 대해 '유죄 판결 법원'이 됐다며 대법관들을 향해 하급심 판사들을 믿어달라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일선 판사가 대법원의 판결 경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장창국(54·사법연수원 32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18일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에 있는 대법원 형사법연구회 자유토론장 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법원 상고 사건이 많다고 토론회도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대법원에서 소송법에 정해진 상고이유를 넘어 사실인정 문제까지 자꾸 건드리니 그러는 것은 아닐까"라며 말문을 열었다.
장 부장판사는 "성폭력 사건 담당 1,2심은 아우성"이라며 "그러면서도 '부담 갖지 말고 유죄 판결해서 대법원으로 올리라. 무죄 판결해 봐야 대법원에서 파기된다'는 자조가 난무하다. 대법원이 '유죄 판결 법원'이 됐다고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이 사실인정 문제를 자꾸 경험칙이라는 이유로 건드리면 1,2심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라며 "피고인과 증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억울함 호소와 눈물, 표정을 본 판사와 그렇지 않고 조서를 비롯한 소송기록만 판사가 있다면 누구의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실인정 문제에 관한 한 대법관님들 생각이 옳다는 믿음을 잠깐 내려놓으시고 하급심 판사들을 믿어달라"며 "대법원에서 생각하는 경험칙과 실제 세상의 경험칙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해당하는지만, 그리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지켜졌는지만 심리하는 것이 하급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하급심의 의욕도 꺾지 않으면서 대법원의 일도 줄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의 글에는 "진심으로 공감한다. 상급심에서 하급심 판사에게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지금처럼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 취지 파기가 빈번한 것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