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자동차를 훔쳤다고 무조건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첫 결정이 나왔다. 훔친 경위와 범죄의 경중 등 제반사정을 따져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에 맞게 운전면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25일 도로교통법 제93조 1항 12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2016헌가6)에서 재판관 7(위헌) 대 1(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다른 사람의 자동차 등을 훔치거나 빼앗은 사람에 대해서는 지방경찰청장이 의무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자동차 절도 범죄로 야기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기 위해 그에 대한 행정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임의적 운전면허 취소 또는 정지사유로 규정함으로써 불법의 정도에 상응하는 제재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해당 조항은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해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절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절도 범행으로 취득한 자동차 등의 운행과정에서 교통의 안전과 원활에 장해를 초래하거나 인적·물적 피해를 일으키거나 다른 범죄의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해 심각하고 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와 같이 운전면허를 취소할 필요성이 큰 경우도 있지만, 그 밖에 자동차 등의 절도에 포섭될 수 있는 행위 태양은 다양하므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규제할 필요가 없는 범죄행위까지 이에 포함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절취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위의 태양, 당해 범죄의 경중이나 그 위법성의 정도, 운전자의 형사처벌 여부 등 제반사정을 고려할 여지를 전혀 두지 아니한 채 자동차 등을 훔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면 모두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것은 달성하려는 공익의 비중에 비해 운전면허 소지자의 직업의 자유 내지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창종 헌법재판관은 "다른 사람의 자동차를 훔친 운전면허 소지자는 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결여되어 있어 자동차 등을 운행할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운전면허를 반드시 취소해 일정기간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교통의 안전과 원활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A씨는 2012년 1월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훔쳐 2014년 3월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A씨는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서울고법은 2016년 2월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