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핵심기술·인력 빼낸 전직 대표 등에 78억 배상 판결
대구고법, 영업비밀 침해 인한 배상금액 범위 제시…1심보다 6억원 추가 인정
근무하던 회사의 핵심기술과 인력을 빼내 경쟁 기업을 창업한 전직 임원 등이 78억원을 손해배상을 할 처지에 놓였다. 법원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그동안 견해가 분분했던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액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했다.
대구고법 민사2부(재판장 김문관 부장판사)는 11일 첨단절삭공구 등의 소재인 '초경합금(Hard metal)'을 생산하는 S공업이 전 대표 A씨와 C공업 등 6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 등 소송(2016나1602)에서 "A씨 등은 공동으로 78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 이는 1심에서 인정한 72억원보다 배상액을 6억원가량 높인 금액이다.
재판부는 "까다로운 제작공정을 거치는 초경합금에 대한 성분배합·교반 등에 관한 기술과 이러한 품질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원료공급업체에 관한 정보는 모두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대표를 지낸 A씨 등은 이런 자료를 빼돌리고, 해외 거래처였던 일본 C공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자신들이 만든 회사의 공정에서 그대로 베껴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 등의 회사가 기술을 도용해 만든 제품때문에 S공업의 매출은 매년 감소해 2011년 430억원에서 2015년 28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며 "이는 A씨 등의 기술유출로 인한 결과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없었다면 판매할 수 있었던 물건의 수량 대신 침해자가 양도한 물건의 양도수량을 입증해 손해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A씨 등은 S공업의 영업비밀 보호기간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동종의 제품만을 생산·판매해 매출을 올렸으므로 이 기간 동안의 연 매출액 전부가 영업비밀을 침해해 얻은 이익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초경합금 소재를 제작하는 대구 소재 S공업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다 오너와의 갈등으로 퇴사했다. 이후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공정관리과장 등을 빼돌리고 기술유출을 목적으로 접근한 일본 C공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회사를 차렸다. 이 때문에 S공업의 매출은 4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고 100억원가량의 매출 타격을 입었다. 이에 S공업은 2012년 11월 대구서부지원에 A씨와 일본 C공업 등 6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강동원(37·사법연수원 36기) 대구고법 공보판사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영업비밀 침해의 요건을 밝히고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판단함으로써 상당히 큰 액수가 인용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