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출제오류 피해… 국가 배상책임"
2014학년도 세계지리 8번 문항 객관적 사실에 위배
평가원의 뒤늦은 구제조치로 재수·타대학 지원 상태
부산고법 "평가원과 연대해 94명에 5억여원 지급하라"
2014학년도 수능시험 시계지리 문제 출제 오류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법원은 수능시험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도에 비춰볼 때 출제기관과 감독기관의 주의의무가 강도높게 요구된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부산고법 민사1부(재판장 손지호 부장판사)는 10일 A씨 등 94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6나55042)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평가원과 국가는 연대해 5억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3년 11월 실시된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은 객관적 사실에 위배돼 명백하게 틀린 지문임에도 평가원은 문제 출제 및 이의제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런 사실에 기초한 성적 결정 처분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평가원의 뒤늦은 구제조치로 1년이 지나서야 대학에 추가 합격했거나 아예 다른 대학에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수험생들이 입은 손해가 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당시 지원한 대학에 탈락했던 학생들에게는 1000만원씩, 그 외의 학생들에게는 200만원씩을 배상하도록 했다.
문제가 된 세계지리 8번 문항은 'EU(유럽연합)가 NAFTA(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보기를 맞는 설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부 수험생들은 "최신 통계에 따르면 NAFTA의 총생산액이 EU의 총생산액을 상회한다"며 2013년 12월 교육부장관과 한국평가원을 상대로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정답을 2번으로 보고 내린 등급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출제오류를 인정했다. 이에 교육부는 상고를 포기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 학생 구제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대입 전형시기를 놓친 많은 학생들이 재수를 하거나 다른 대학에 지원을 한 상태였다. A씨 등은 2015년 1월 평가원과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500만~6000만원씩 총 23억4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