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수용자 분류도 행정소송 대상
구치소의 수용자 분류·지정 처분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조직폭력수용자' 등으로 분류·지정되면 귀휴 대상자 선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일반수용자들과 다른 처우를 받게 되므로 수용자 분류·지정은 물론 수용자의 지정해제 신청을 거부한 것도 모두 공권력의 행사인 행정처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진만 수석부장판사)는 이모씨가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낸 분류처우개선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2016구합80366)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치소에서 조직폭력수용자로 지정되면 기본적인 처우는 제한받지 않더라도 일반 수용자들과 다른 처우를 받게 되고, 귀휴나 특별한 이익이 되는 처우 결정시 불이익을 받게 되며, 일반 수용자와 다른 색깔의 표식을 달게 됨으로써 조직폭력수용자임을 다른 수용자가 알게 돼 인격적 이익을 침해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수용자를 조직폭력수용자로 지정한 행위와 지정 해제 신청에 대한 거부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조직폭력수용자 지정 내지 지정 해제 신청에 대한 거부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 이를 다툴 수 없다고 하면, 실제로 조직폭력사범이 아님에도 조직폭력수용자로 지정된 사람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이익을 강요받게 된다"며 "지정 내지 지정 해제 신청에 대한 거부를 항고소송 대상으로 삼아 장래에 있을 수 있는 기본권 침해로부터 수용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할 실익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구치소는 이씨 입소 당시 체포영장에 조직폭력배 조직원으로 기재된 것 외에 이씨가 조직폭력사범인지 아닌지 확인한 사실이 없고, 이씨에 대한 1,2심 판결문에도 조직폭력배라는 기재가 빠져있다"며 "이씨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조직폭력수용자 지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씨는 2016년 3월 경마 경주 조작 혐의로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구금됐다. 서울구치소는 이씨의 체포영장에 제주도 조직폭력배 땅벌파의 부두목급 조직원이라고 기재돼 있는 것을 근거로 이씨를 조직폭력수용자로 지정했다.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98조는 '체포영장, 구속영장, 공소장 또는 재판서에 조직폭력사범으로 명시된 수용자는 조직폭력수용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직폭력수용자로 지정되면 거실 및 작업장 등의 봉사원, 반장, 조장, 분임장 등 수용자를 대표하는 직책을 맡을 수 없고, 접견도 접촉차단시설이 있는 장소에서 하게 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이에 이씨는 서울구치소에 자신은 조직폭력사범이 아니라며 조직폭력수용자 지정 해제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구치소는 "조직폭력수용자로 지정했다고 이씨가 직접적으로 어떤 법령상 의무를 부담하거나 권리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조직폭력사범 지정 해제 신청을 거부한 것은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며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