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중요 부분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자백이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된다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모(53)씨는 지난해 2월 A씨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필로폰) 약 0.2g 등 2회에 걸쳐 필로폰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같은 달 자신의 승용차에서 3회에 걸쳐 팔에 필로폰을 주사한 혐의도 받았다.
또 필로폰 외에도 2016년 9월 원주시 인근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덱스트로메토르판(러미라) 약 1000정을 B씨로부터 건네받아 C씨에게 주고 자신도 물과 함께 2차례 복용한 혐의도 받았다. 또 대마를 소지하고 흡연한 혐의도 있었다. 이씨는 자신의 혐의들을 모두 인정하고 자백했다.
1심은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러미라 제공 및 투약 부분과 관련한 이씨의 자백이 시기나 횟수 등에서 불분명하는 등 구체적이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러미라 제공과 관련한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이 부분은 무죄로 판단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20247).
재판부는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중요 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않더라도,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며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보강증거가 될 수 있고, 자백과 보강증거가 서로 어울려 전체로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면 유죄의 증거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이전에 동종범죄 전력이 있어 마약 제공·투약 사실을 자백하면 더 불리한 처벌을 받을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서 마약 제공과 투약사실을 자백하고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해 진술을 유지했다"며 "이씨의 자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증거로 채택한 검찰 진술조서와 수사보고 기재내용에는 이씨의 러미라 투약행위가 있었던 무렵 B씨로부터 채무변제에 갈음해 러미라를 받았다는 취지의 내용들이 있는데 이러한 내용은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하기에 충분하다"면서 "러미라 제공·투약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자백의 보강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