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장, 한겨울 해변 답사 한 후 심근경색으로 사망…
평소 협심증 앓았으면 '공무로 인한 재해'로 못 봐
대법원, 패소 원심 확정
한겨울에 추운 바닷가를 답사한 50대 읍장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더라도 평소 협심증을 앓고 있었고 사고 당일 기온 변화가 급격하지 않았다면 '공무로 인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사망한 박모(당시 57세)씨의 아내 조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소송(2017두58410)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전남 신안군의 한 읍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5년 2월 10일 오전 10시30분 신안군수 등과 함께 1시간가량 연륙교 주변 해변을 답사한 다음 사무실로 복귀한 직후 갑자기 쓰러졌다. 박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오후 급성 심근경색으로 결국 사망했다.
조씨는 "남편이 평소 읍장으로 근무하며 민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군수의 방문으로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시간 동안 돌아다니는 바람에 심장에 무리가 와 심근경색이 온 것"이라며 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박씨의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사실 등을 들어 "지병이 악화돼 사망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거부했다.
1,2심은 "박씨가 사망 당일 읍장으로서 의당 해야 할 통상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온도변화가 고혈압 등 발생·악화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이를 당일 수행한 공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박씨의 사망 전 6개월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가 정하고 있는 만성적인 육체적·정신적 과로 기준인 주당 평균 60시간에 미치지 못할뿐만 아니라 특별히 스트레스가 가중됐다고 볼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박씨가 연륙교 주변을 답사한 다음 바깥 온도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차량을 이용해 사무실로 복귀했으므로 연륙교에서의 체감온도와 사무실의 실내온도와의 차이보다는 덜한 온도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볼 때 박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입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은 공무원연금법상 공무로 인한 사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당사자의 주장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조씨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