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불벌죄만 '자복감면' 조항 적용은 합헌
형사소추권의 행사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자에게 자신의 범죄를 알리는 행위
피해자 의사가 형사소추여부에 아무런 영향 주지 않는 다른 범죄와 성격 달라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결정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범죄사실을 고백한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한 '자복(自服)' 감면 규정을 폭행이나 명예훼손 등 반의사불벌죄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한 형법 제52조 2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6헌바270)에서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는 "범행 후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하면서 내가 저지른 범행을 알렸고 이에 피해자가 고소해 수사가 개시됐는데도 사기죄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형을 감면받지 못했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자수·자복에 대한 임의적 감면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52조는 1항에서 '죄를 범한 후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하면서 2항에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죄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자복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고 규정해 자복은 반의사불벌죄의 경우에만 형 감면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입법자가 자수 감면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은 범죄자가 형사법절차 속으로 스스로 들어왔다는 것에서 비난가능성 내지 양형책임이 감소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오판을 방지하고 국가형벌권을 적정하게 행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피해자에게 자기의 범죄를 고백하는 행위인 자복의 경우,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이 발동되는 것은 아니므로 통상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자복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임의적 감면의 혜택을 부여할 만큼 범죄자가 형사법절차 속으로 스스로 들어왔다거나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에 기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반의사불벌죄를 범한 자가 피해자에게 자복하는 것은 형사소추권의 행사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자에게 자신의 범죄를 알리는 행위란 점에서 범죄자가 스스로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기의 범행을 신고해 처분을 구하는 의사표시인 자수와 그 구조 및 성격이 유사하지만,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통상의 범죄는 피해자의 의사가 형사소추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법적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와 같이 반의사불벌죄 이외의 죄를 범하고 피해자에게 자복한 사람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를 범하고 피해자에게 자복한 사람과 달리 임의적 감면의 혜택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평등원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