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장녀입니다"… 80대 할머니, 상속재산 등기하려 소송냈지만
"친생자관계존재확인소송 통해 제적등본 정정해야"
서울중앙지법, 동일인확인청구소송 '각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을 등기하기 위해 80대 할머니가 자신이 사망한 아버지의 제적등본상 장녀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각하됐다.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가정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다음 제적등본을 정정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9부(재판장 이정민 부장판사)는 정모 할머니가 국가를 상대로 낸 동일인확인청구소송(2016가합545731)을 최근 각하했다.
정 할머니는 출생 당시 제적등본에 '정○○'이라는 이름으로 '1935년생'으로 기재됐다. 그러다 남편인 김모씨와 결혼해 남편 호적으로 편입되면서 한글 이름은 같지만 한자와 생년월일이 다른 '정◇◇', '1931년생'으로 제적등본에 등재됐다.
정 할머니는 이후 아버지가 사망한 뒤 가족들과 상속재산분합협의를 마치고 자신이 물려받은 몫을 등기하려다 난관에 부딪쳤다. '정◇◇'과 아버지의 제적등본상 '정○○'이 동일인임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려된 것이다.
이에 정 할머니는 2016년 7월 "아버지의 제적등본상 장녀 '정○○'과 내가 동일인임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확인의 소는 권리보호 요건으로서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그 확인의 이익은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는 피고를 상대로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에만 인정된다"며 "단순한 사실 또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의 제적등본상 정씨의 인적사항이 잘못 기재돼정씨가 가족들과 재산분할협의에 따른 상속등기를 할 수 없는 등 정씨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다면 가정법원에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정○○'과 '정◇◇'이 동일인이라는 사실의 확인을 구하는 청구는 분쟁해결의 절차에 있어 유효·적절한 수단이 될 수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가정법원에 제적부 정정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었고 더 이상 가사소송법상 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나, 정씨는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로서 확정판결을 받고 그에 따라 제적등본의 정정을 신청함으로써 구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