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로 공장 가동이 중단돼 납품을 할 수 없었다면 이에 따른 손해는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월 의류업체인 A사는 개성공단에 공장을 둔 가공업체 B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A사에서 원자재를 공급하면 B사가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A사에 납품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달여 뒤인 그해 2월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B사는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워졌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공단 내 남쪽 인원을 전원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B사는 개성공단 공장에 있던 A사 소유의 원자재도 가지고 나올 수 없게 됐다.
그러자 A사는 계약을 해제한 뒤 B사가 개성공단 밖으로 반출하는데 실패한 원자재값 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오선희 부장판사)는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소송(2016가합551507)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사가 A사로부터 원자재를 돌려줄 수 없게 된 것은 북한의 개성공단 내 자산 동결 및 직원 추방 조치 때문"이라며 "따라서 양사간 계약은 쌍방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이행이 불능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 쌍방에게 책임이 없는 만큼 A사는 B사에 가공비를 지급할 채무를, B사는 A사에 가공 제품을 인도할 의무를 모두 면한다"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