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피해를 입거나 피해 우려가 있는 사람은 30일부터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다.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주민번호 변경을 금지한 것은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한지 1년 5개월여 만이다.
행정자치부(장관 홍윤식)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주민등록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30일부터 주민번호 변경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민번호 변경 신청 대상은 주민번호 유출로 인해 △생명·신체나 재산에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나 △청소년성보호법상 피해아동·청소년 △성폭력방지법상 성폭력피해자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피해자 △가정폭력처벌법상 직접적인 가정폭력범죄 피해자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자 △정보통신망법상 범죄행위로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 △범죄신고자법상 범죄신고자 △특정강력범죄법상 살인·강도·인신매매 등 범죄피해자 △학교폭력예방법상 피해학생 △형법상 현주건조물방화·명예훼손·모욕죄 피해자 등이다.
신청 대상자는 주민번호가 유출됐다는 입증자료를 첨부해 주민등록지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변경을 신청하면 된다. 주민번호 유출 사실을 입증하려면 신용정보회사 등에서 받은 정보유출 통지서나 인터넷·신문·게시판 자료 등을 제출하면 되고, 피해 입증은 진단서나 처방전, 진료기록부, 금융거래 내역이나 그 밖에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하면 된다.
신청이 접수되면 행자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민번호가 변경된다. 주민번호변경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구성되며, 위원 중 행자부나 관계기관 공무원이 아닌 △5년 이상 법조경력자나 의사, 금융업무 종사자 등 민간 전문가가 절반을 넘어야 한다.
변경위는 원칙적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의 주민번호 변경 청구일부터 6개월 안에 심사·의결을 마치고 결과를 통보해야 하며, 6개월 안에 심사·의결을 마치기 어려운 경우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변경위는 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 시 관계기관에 범죄수사경력·체납·출입국기록 조회와 금융·신용·보험정보 제공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주민번호 변경 청구가 △범죄경력 은폐나 법령상 의무 회피 △수사나 재판 방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에 해당되면 변경위는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주민번호 13자리 중 생년월일(1~6번째)과 성별(7번째)을 제외한 나머지 6자리(지역번호 4자리 및 등록순서, 검증번호)가 바뀌게 된다. 위원회 결정에 대해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30일 이내에 이의 신청을 낼 수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에 따라 주민번호 유출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도 시행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번호 변경을 둘러싼 논란은 신용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출된 개인정보는 3500만건에 이른다. 국민 10명당 7명꼴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셈이다.
지난 2015년 12월 헌재는 주민번호 유출 피해자들이 "주민번호 변경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가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낸 헌법소원사건(2013헌바68)에서 재판관 6(위헌)대 3(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주민번호 변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1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30일부터 시행되게 됐고, 행자부는 이번에 그 세부사항과 절차를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